집에 PC가 생기고 나니 자연스럽게 하고 싶은 게임도 많아졌다.
하지만 당시 어린 학생의 용돈으로 PC게임을 하나씩 사기에는 가격이 꽤 부담스러웠다. 갖고 싶은 게임이 있어도 마음대로 살 수 있는 형편은 아니었고, 하나를 사려면 용돈을 한동안 모아야 했다.
그러던 시절 처음으로 게임잡지라는 것을 사게 됐다.
내가 처음 샀던 게임잡지는 1998년 1월호 게임피아였다.
잡지에는 새로운 게임 소식과 공략 같은 읽을거리도 많았지만, 당시의 나에게 무엇보다 눈에 들어왔던 것은 따로 있었다.
잡지를 사면 게임 CD가 부록으로 따라온다는 것이었다.
게임 하나를 직접 사려면 용돈을 한참 모아야 했는데, 잡지 한 권을 사면 게임에 관한 이야기도 실컷 읽을 수 있고 직접 해볼 수 있는 게임까지 생겼다. 어린 나에게는 꽤 매력적인 일이었다.
그리고 내가 처음 샀던 그 게임피아의 부록으로 만난 게임이 삼국지 영걸전이었다.
학교가 끝나면 집으로 돌아와 PC를 켰고, 그렇게 시작한 삼국지 영걸전을 밤늦게까지 붙잡고 있곤 했다.
지금 게임피아를 떠올리면 잡지의 기사보다 먼저 생각나는 것도 그때 받은 한 장의 게임 CD다.
게임을 사기에는 용돈이 부족했던 시절, 게임잡지 한 권은 새로운 게임을 만날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이었다.
게임잡지를 사면 게임이 따라오던 시절
1990년대 후반에는 지금처럼 인터넷에서 게임 정보를 쉽게 찾아볼 수 없었다. 새로운 게임이 어떤 게임인지,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지 알고 싶을 때 게임잡지는 꽤 중요한 정보원이 됐다.
게임피아에도 신작 소개와 게임 소식, 공략 등 다양한 내용이 실려 있었다. 잡지를 사면 처음부터 끝까지 넘겨보면서 해본 게임의 공략을 찾아보기도 하고, 아직 해보지 못한 게임의 소개를 읽으며 어떤 게임일지 상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게임잡지를 더욱 기다리게 만들었던 것이 있었다.
바로 부록 CD였다.
특히 PC 패키지게임을 마음대로 살 수 없었던 어린 학생에게 게임이 담긴 부록 CD는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잡지를 읽는 재미에 새로운 게임을 직접 해볼 수 있다는 기대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다.
어떤 게임이 부록으로 들어 있을지 궁금했고, 마음에 드는 게임이 들어 있는 달이면 잡지를 발견했을 때 더욱 반가웠다.
지금은 게임을 구매하면 바로 다운로드해서 실행하는 것이 자연스럽지만, 그때는 게임잡지 한 권과 함께 들어 있던 CD 한 장이 새로운 게임을 만나는 통로가 되기도 했다.
그리고 내가 처음 게임피아를 샀을 때 그 CD에서 만난 게임이 바로 삼국지 영걸전이었다.
부록 CD에서 만난 삼국지 영걸전
게임피아의 부록 CD를 통해 처음 만난 삼국지 영걸전은 생각보다 오래 붙잡고 했던 게임이 됐다.
삼국지 영걸전은 유비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전략 RPG였다. 전투에서는 여러 장수를 직접 움직여 적과 싸웠고, 전투를 거듭하면서 장수들을 성장시키는 재미가 있었다.
삼국지 이야기를 잘 알지 못하더라도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유비와 관우, 장비를 비롯한 여러 장수들의 이름을 익히게 됐다. 새로운 장수가 합류하거나 다음 전투로 넘어갈 때마다 앞으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궁금했다.
나도 학교가 끝나면 집으로 돌아와 PC를 켜고 삼국지 영걸전을 시작했다. 한두 판만 하고 그만하려고 해도 다음 전투가 궁금해서 계속하게 됐고, 어느새 밤늦게까지 모니터 앞에 앉아 있는 날도 많았다.
부록으로 받은 게임이었지만 나에게는 결코 가볍게 즐기다 마는 게임이 아니었다.
오히려 처음 샀던 게임잡지의 부록에서 이렇게 오래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났다는 것이 신기했다.
그리고 나 혼자만 즐긴 것도 아니었다.
재미있는 게임을 발견하면 친구들에게 이야기했고, 게임피아에서 받은 삼국지 영걸전 CD를 친구들에게 빌려주기도 했다.
지금처럼 온라인으로 게임을 보내거나 함께 다운로드할 수 있던 시절이 아니었다. 친구가 게임을 해보고 싶다고 하면 직접 CD를 건네주고, 며칠 뒤 학교에서 어디까지 진행했는지 이야기하곤 했다.
그렇게 게임 CD 한 장은 나와 친구들 사이를 오가며 또 하나의 놀거리가 됐다.
결국 에디터까지 손을 댔다

삼국지 영걸전은 재미있었지만 어린 나에게는 결코 쉬운 게임이 아니었다.
전투를 하나씩 넘어갈수록 점점 어려워졌고, 몇 번을 다시 해도 쉽게 넘어가지 못하는 전투도 있었다. 그래도 여기까지 했는데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엔딩이 보고 싶었다.
당시 친구들 사이에서 알게 된 비기도 하나 있었다.
유비의 초상화에서 코 부분을 계속 클릭하면 유비의 레벨과 돈을 최대로 만들 수 있다는 비기였다.
인터넷에서 공략을 바로 찾아보던 시절도 아니어서 이런 비기는 대부분 친구들에게서 들었다. 학교에서 누군가 새로운 방법을 알아오면 쉬는 시간에 서로 알려주곤 했고, 나도 친구에게 이 방법을 배웠던 기억이 난다.
당연히 나도 바로 써봤다. 유비의 레벨과 돈을 최대까지 올렸으니 이제는 게임이 훨씬 쉬워질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렇게 하고도 나에게 삼국지 영걸전은 어려웠다.
결국 그것만으로는 부족했고, 어떻게든 엔딩을 보고 싶었던 나는 나중에는 에디터까지 사용하게 됐다.
정확히 어떤 에디터를 사용했는지는 이제 기억나지 않지만, 게임 데이터를 수정해서 조금 더 수월하게 전투를 진행했던 기억은 분명하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오랜 시간이 지나 최근에 삼국지 영걸전을 다시 해봤을 때였다.
어린 시절 그렇게 어렵게 느껴졌던 게임이 예전만큼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다.
이유 중 하나는 어릴 때 내가 게임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플레이했다는 것이었다.
당시에는 직접 적을 공격하고 강한 장수들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수송대나 군악대 같은 병과는 별로 쓸모가 없다고 생각해 거의 키우지 않았다.
그런데 다시 플레이해보니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다. 예전에는 관심도 두지 않았던 수송대와 군악대가 전투를 풀어가는 데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어릴 때는 그런 것도 모르고 공격력이 강한 장수들 위주로 키우면서 왜 이렇게 게임이 어려운지 답답해했던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삼국지 영걸전의 난이도가 어려웠던 것도 맞겠지만, 게임의 시스템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어린 나의 플레이 방식이 난이도를 더 높이고 있었던 셈이다.
결국 그때는 에디터의 도움까지 받아가며 엔딩을 향해 갔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 다시 플레이하면서 예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게임의 재미를 새롭게 발견할 수 있었다.
다음 달 게임피아를 기다리게 되다
처음 게임피아를 산 뒤 부록으로 삼국지 영걸전을 만나면서, 그다음부터는 게임피아 자체를 기다리게 됐다.
새로운 게임은 어떤 것이 나왔는지, 내가 하고 있던 게임의 공략은 실려 있는지 잡지를 넘겨보는 재미가 있었다.
그리고 역시 가장 궁금했던 것은 이번 달에는 어떤 CD가 부록으로 들어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지금처럼 인터넷을 켜면 새로운 게임의 영상과 정보를 바로 볼 수 있는 시대가 아니었다. 잡지에 실린 몇 장의 게임 화면과 설명을 보면서 해보지 않은 게임을 상상했고, 마음에 드는 게임이 있으면 몇 번이고 그 페이지를 다시 펼쳐보기도 했다.
그렇게 한 권을 다 보고 나면 자연스럽게 다음 호를 기다렸다.
서점에서 새 게임피아를 발견했을 때 표지를 먼저 보고, 어떤 게임이 소개됐는지 살펴보고, 부록 CD에는 무엇이 들어 있는지 확인하는 것까지가 하나의 즐거움이었다.
돌이켜보면 당시 나에게 게임피아는 단순히 게임 정보를 알려주는 잡지만은 아니었다.
내가 아직 해보지 못한 게임들을 먼저 만나보고, 때로는 부록 CD를 통해 직접 그 게임을 시작하게 해주는 창구였다.
지금 다시 게임피아를 떠올리면
지금은 새로운 게임이 나오면 인터넷에서 영상과 정보를 바로 찾아볼 수 있고, 마음에 드는 게임이 있으면 온라인으로 구매해 곧바로 다운로드할 수도 있다.
그래서인지 가끔 그 시절 게임잡지를 기다리던 경험이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
잡지 한 권을 사서 처음부터 끝까지 넘겨보고, 마음에 드는 게임의 화면이 실린 페이지를 몇 번이고 다시 펼쳐보던 시절이었다. 그리고 잡지와 함께 들어 있던 부록 CD 한 장은 어린 나에게 새로운 게임을 만나는 또 하나의 기회였다.
내가 처음 샀던 게임피아 1998년 1월호도 그랬다.
그 부록으로 만난 삼국지 영걸전은 어린 시절의 추억을 넘어, 오랜 시간이 지나 다시 플레이해볼 만큼 기억에 남는 게임이 됐다.
어릴 때는 미처 이해하지 못했던 게임의 재미를 다시 발견하면서, 그 시절 게임피아와 함께했던 기억도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게임을 즐기는 방법도, 게임에 대한 정보를 얻는 방법도 이제는 완전히 달라졌다.
하지만 새로운 게임이 무엇인지 궁금해 서점에서 게임잡지를 펼쳐보고, 부록 CD에 어떤 게임이 들어 있는지 확인하던 설렘은 지금도 기억에 남아 있다.
그래서 나에게 게임피아는 단순히 오래된 게임잡지로만 기억되지 않는다.
게임 하나를 사는 것도 쉽지 않았던 시절, 새로운 게임의 세계를 열어주던 잡지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