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오락실에서 유난히 눈에 띄던 게임들이 있었다.
화면 가득 적들이 몰려오고, 주먹과 발차기로 적들을 날려버리다가 갑자기 총을 주워 쏘기도 하고, 심지어 공룡까지 등장하던 게임.
바로 캐딜락 & 다이노소어(Cadillacs and Dinosaurs)다.
당시에는 제목의 뜻도 제대로 몰랐다. 그냥 친구들과 “공룡 나오는 그 게임” 정도로 불렀던 기억이 난다.
이번에 정말 오랜만에 다시 플레이해봤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30년이 훌쩍 지난 지금 해봐도 액션만큼은 여전히 시원했다.

1993년 오락실에 등장한 캐딜락 & 다이노소어
캐딜락 & 다이노소어는 1993년 Capcom이 아케이드용으로 출시한 벨트스크롤 액션 게임이다.
Mark Schultz의 Xenozoic Tales 세계관을 바탕으로 하며, 플레이어는 Jack Tenrec, Hannah Dundee, Mustapha Cairo, Mess O’Bradovich 중 한 명을 선택해 진행한다.
지금 생각하면 캐딜락 + 공룡 + 총 + 맨주먹 액션이라는 조합부터 상당히 독특하다.
그런데 어린 시절에는 그런 설정에 의문을 품었던 기억이 없다.
그냥 공룡이 나오니까 멋있었고, 자동차를 타니까 멋있었다.
그게 전부였다. ㅋㅋ

지금 다시 해봐도 시원한 액션
이번에 다시 플레이하면서 가장 먼저 느낀 건 게임의 속도가 생각보다 상당히 빠르다는 것이었다.
적을 때리고, 집어 던지고, 달려가서 공격하고….
요즘 게임처럼 복잡한 조작을 외울 필요도 없다.
특히 내가 좋아했던 건 대시 공격이다.
당시 벨트스크롤 액션게임을 많이 해봤지만, 이렇게 빠르게 달려가면서 공격하는 느낌을 제대로 살린 게임은 내 기억에는 흔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화면 여기저기를 뛰어다니면서 적을 날려버리는 맛이 상당히 좋았다.
지금 해봐도 답답하다는 느낌이 거의 없다.
오히려 생각 없이 적들을 두들겨 패다 보면 스트레스가 풀린다.

그런데 이 게임의 진짜 주인공은 역시 공룡이다
제목부터 Dinosaurs가 들어가는 만큼 게임 곳곳에서 공룡을 만날 수 있다.
어릴 때는 공룡이 등장하는 것 자체가 신기했다.
보통 오락실 액션게임이라고 하면 깡패나 악당들이 몰려오는 게 익숙했는데, 이 게임에서는 사람들과 싸우다가 갑자기 공룡이 튀어나온다.
지금 다시 봐도 상당히 독특하다.
단순히 배경에 공룡을 세워둔 것도 아니다. 실제 플레이와 엮이면서 게임 특유의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그래서 수많은 벨트스크롤 게임 가운데서도 이 게임이 유독 기억에 남았던 것 같다.
맨주먹으로 싸우다가 총까지 쏜다
전투 중에는 여러 종류의 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
맨손으로 적을 두들겨 패다가 바닥에 떨어진 무기를 집어 들면 전투 분위기가 확 달라진다.
특히 총기류를 손에 넣었을 때의 쾌감은 상당하다.
복잡한 시스템이 있는 것도 아닌데 맨손 → 근접 무기 → 총기로 자연스럽게 전투 방식이 바뀌기 때문에 반복 플레이가 생각보다 지루하지 않다.
어릴 때는 그냥 “총 나왔다!” 하고 신나게 쐈던 것 같은데, 지금 해보니 이런 작은 변화들이 게임의 템포를 상당히 잘 살려준다.
어린 시절의 통곡의 벽, 3스테이지 보스

이번 플레이에서 가장 옛날 생각이 났던 부분이다.
3스테이지 보스.
내 기억 속에서는 정말 통곡의 벽이었다.
어릴 때 오락실에서는 목숨 하나가 그냥 목숨 하나가 아니었다.
목숨 = 100원이었다.
한 번 죽으면 주머니 속 동전 하나가 사라진다.
그래서 보스 체력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죽기라도 하면 고민이 시작됐다.
‘100원 더 넣을까?’
그리고 결국 넣는다.
또 죽는다.
또 넣는다. ㅋㅋ
그런데 이번에는 상황이 완전히 달랐다.
컴퓨터로 플레이하니 코인 걱정이 없다.
죽었다.
코인 추가.
또 죽었다.
코인 추가.
ㅋㅋㅋㅋ
어린 시절 그렇게 어렵게 느껴졌던 보스를 이번에는 너무 편하게 넘어가 버렸다.
그 순간 재미있는 생각도 들었다.
어릴 때 우리가 느꼈던 오락실 게임의 높은 난이도에는 실제로 돈이 걸려 있다는 긴장감도 꽤 큰 부분을 차지했던 게 아닐까?

제목 그대로, 캐딜락도 빠질 수 없다
공룡만큼 기억에 남는 것이 바로 자동차다.
제목부터 Cadillacs and Dinosaurs니까.
게임 중 자동차가 등장하면서 일반적인 벨트스크롤 전투와는 조금 다른 분위기를 보여준다.
지금 보면 공룡이 돌아다니는 세계에서 캐딜락을 타고 질주한다는 설정 자체가 상당히 황당하다.
그런데 이상하게 멋있다.
어릴 때는 더더욱 그랬다.

단순하지만 계속 손이 가는 전투
기본적인 구조만 놓고 보면 상당히 단순하다.
앞으로 간다.
적이 나온다.
두들겨 팬다.
또 앞으로 간다.
그런데 이상하게 계속 손이 간다.
적을 때렸을 때의 타격감과 빠른 이동, 대시 공격, 무기 사용이 계속 이어지면서 전투의 흐름이 끊기지 않는다.
이런 종류의 게임은 시스템이 복잡해서 재미있는 게 아니라 버튼을 누르는 순간 바로 재미가 느껴져야 하는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그 부분에서 캐딜락 & 다이노소어는 지금도 꽤 훌륭하다.

어릴 때는 몰랐는데, 생각보다 과격했다
이번에 다시 플레이하면서 의외였던 부분도 있었다.
“이 게임 원래 이렇게 과격했나?”
어릴 때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던 것 같은데 지금 보니 꽤 과격한 장면들이 눈에 들어온다.
총을 쏘고, 칼 같은 무기를 사용하고, 적들이 쓰러지는 연출도 지금 다시 보니 어린 시절 기억보다 훨씬 거칠다.
신기한 건 그때는 이런 장면보다 공룡이 나온다는 사실이 훨씬 중요했다는 것이다.
역시 어린 시절의 시선은 지금과 많이 달랐던 모양이다.

30년이 지나도 재미있는 이유
고전게임을 다시 해보면 추억과 실제 재미가 다를 때가 있다.
어릴 때는 정말 재미있었는데 지금 플레이하면 답답해서 오래 못 하는 게임도 있다.
그런데 캐딜락 & 다이노소어는 조금 달랐다.
조작은 단순하고,
캐릭터는 빠르고,
적은 계속 등장하고,
때리는 맛은 확실하다.
특히 대시 공격 덕분에 오래된 벨트스크롤 게임에서 가끔 느껴지는 답답함이 상당히 적다.
그래서 잠깐 플레이하려고 켰다가 생각보다 계속 하게 됐다.

다시 해본 캐딜락 & 다이노소어
어린 시절에는 100원짜리 동전 몇 개를 들고 오락실에서 플레이했다.
지금은 컴퓨터 앞에 앉아 코인을 마음껏 추가하면서 플레이한다.
게임을 하는 환경은 완전히 달라졌다.
그런데 적에게 달려가 한 방 날렸을 때의 시원함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이번에 다시 플레이하면서 한 가지를 확인했다.
추억 때문에 재미있다고 생각했던 게임과, 지금 다시 해봐도 재미있는 게임은 조금 다르다.
캐딜락 & 다이노소어는 내게 후자였다.
30년이 넘은 게임이지만 짧게 켜서 아무 생각 없이 적들을 두들겨 패고 싶을 때는 지금도 충분히 재미있다.
어릴 적 3스테이지 보스 앞에서 100원짜리 동전을 만지작거리던 기억이 있다면, 오랜만에 다시 보면 꽤 반가운 게임일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100원 걱정 없이 말이다. ㅋㅋ
